미술치료를 이해할 때 자주 만나는 두 이름
미술치료를 공부하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두 이름이 있습니다. 마거릿 나움버그(Margaret Naumburg)와 에디스 크레이머(Edith Kramer)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미술이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고 돌보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미술치료가 어떤 방식으로 치료적 힘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강조점을 가졌습니다.
나움버그는 그림을 통해 무의식과 감정을 이해하고, 그것을 언어로 연결해 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크레이머는 미술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감정을 담아내고 조절하며 회복을 돕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두 관점을 함께 살펴보면, 미술치료가 이미지를 해석하는 일에만 머무르는 활동을 넘어선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미술치료는 마음을 표현하고, 감정을 다루며, 자기이해로 나아가는 치료 과정입니다.
나움버그: 그림은 내면을 보여주는 언어입니다
마거릿 나움버그는 미술치료를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사람이 말로 바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기억, 갈등을 이미지로 나타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나움버그에게 그림은 마음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는 하나의 언어였습니다. 내담자가 그린 그림에는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뿐 아니라, 아직 말로 정리되기 전의 감정과 무의식적 내용도 담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움버그의 접근에서는 그림을 그린 뒤의 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치료자는 내담자의 이미지를 함께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마음의 흐름을 조심스럽게 탐색합니다.
- 이 장면은 어떤 느낌과 연결될까요?
- 이 색을 고를 때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요?
- 그림 속 인물이나 공간은 내 삶의 어떤 경험과 닿아 있을까요?
이런 대화를 통해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언어로 정리하게 됩니다. 말로 바로 꺼내기 어려웠던 마음도 이미지라는 매개를 거치면 더 안전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나움버그의 관점에서 미술치료는 이미지와 언어가 함께 움직이는 과정입니다. 그림은 마음의 문을 열어 주고, 대화는 그 마음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크레이머: 만드는 과정 자체가 치료입니다
에디스 크레이머는 미술의 치료적 힘을 조금 다른 방향에서 보았습니다. 그녀는 미술작업을 하는 과정 자체가 사람을 안정시키고 성장하게 만든다고 보았습니다.
크레이머에게 중요한 것은 완성된 그림의 의미를 찾는 일을 넘어, 창작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였습니다. 물감을 고르고, 선을 긋고, 찰흙을 만지고, 형태를 만들고,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 안에 이미 치료적 경험이 들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크레이머는 미술이 감정을 안전하게 담아내는 그릇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노, 불안, 슬픔 같은 감정이 색과 선과 형태로 옮겨질 때, 내담자는 감정을 조금 더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자기 안의 혼란을 외부의 작품으로 만들어 봅니다. 마음속에만 머물던 감정이 종이 위에 놓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가 됩니다. 그 경험은 내담자에게 새로운 거리감과 조절감을 줍니다.
크레이머의 관점에서는 작업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작품의 완성도보다, 작업하는 동안 어떤 감정을 견디고 조절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미술을 통해 자기 안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표현하고, 그것을 통합해 가는 과정이 치료의 중심이 됩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
크레이머와 나움버그는 서로 다른 강조점을 가졌지만, 중요한 공통점도 있습니다.
첫째, 두 사람 모두 미술을 인간 내면의 표현 방식으로 보았습니다. 사람은 말과 함께 색, 선, 형태, 이미지로도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은 이미지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두 사람 모두 치료적 관계를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내담자가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관계가 필요합니다. 미술치료는 미술활동과 치료적 관계가 함께 움직이는 과정입니다.
셋째, 두 사람 모두 미술이 자기이해를 돕는다고 보았습니다. 나움버그는 그림을 통해 무의식과 감정을 이해하도록 도왔고, 크레이머는 창작 과정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며 통합하도록 도왔습니다.
방식은 달랐지만, 미술이 자신을 더 깊이 만나게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차이점
가장 큰 차이는 치료적 초점에 있습니다.
나움버그는 그림을 내면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로 보았습니다. 그림 속 상징, 장면, 색, 형태를 통해 내담자의 무의식과 감정을 탐색합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린 뒤 치료자와 나누는 대화와 의미 발견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크레이머는 미술을 만드는 행위 자체를 치료로 보았습니다. 그림을 해석하기 전에도, 창작 과정 안에서 감정이 표현되고 조절되며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미술재료를 다루는 경험, 작품을 구성하는 과정, 완성해 가는 힘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치료자의 역할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나움버그의 접근에서 치료자는 내담자가 그림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내담자의 말과 이미지 사이를 연결하고, 무의식적 내용을 의식화하도록 함께 탐색합니다.
크레이머의 접근에서 치료자는 내담자가 미술작업에 몰입하고, 자기표현을 안전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창작 과정이 충분히 일어나도록 환경을 마련하고, 내담자가 자기 안의 감정을 작품 안에 담아낼 수 있도록 곁을 지킵니다.
미술치료 현장에서는 두 관점이 함께 살아 있습니다
오늘날의 미술치료 현장은 어느 한 관점만으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나움버그의 관점과 크레이머의 관점은 실제 치료실 안에서 함께 사용됩니다.
어떤 내담자에게는 그림을 보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이해하고, 말로 정리하면서 마음의 흐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내담자에게는 말보다 작업 과정이 먼저 필요합니다. 색을 고르고, 칠하고, 찢고, 붙이고, 만들고, 다시 고치는 과정 안에서 마음이 조금씩 안정될 수 있습니다.
미술치료사는 내담자의 상태와 필요에 따라 두 관점을 유연하게 사용합니다.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해석과 통찰인지, 표현과 조절인지, 혹은 두 가지가 함께 필요한지를 살핍니다.
그래서 미술치료는 정해진 방식으로 그림을 풀이하는 시간에 머물기보다, 내담자의 마음이 어떤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지 섬세하게 살피는 치료 과정에 가깝습니다.
ACT ART CENTER에서 바라보는 미술치료
저는 미술치료를 준비하고 진행할 때, 임상 경험과 학술적 근거를 함께 살피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마음은 이론만으로 충분히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동시에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치료적 개입이 완성되기 어렵습니다. 내담자의 현재 상태, 발달적 특성, 정서적 어려움, 표현 방식, 치료 목표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나움버그의 관점은 이미지 속에 담긴 마음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듣게 해 줍니다. 크레이머의 관점은 미술을 만드는 과정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와 조절을 더 깊이 보게 해 줍니다.
제 치료실에서는 이 두 흐름을 함께 존중합니다. 내담자가 만든 이미지를 성급하게 판단하기보다, 그 이미지가 어떤 마음의 자리에서 나왔는지 살핍니다. 작업 과정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도 소중하게 봅니다.
어떤 날에는 말이 먼저 나올 수 있습니다. 어떤 날에는 아무 말 없이 색을 고르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날에는 완성된 작품보다, 그 작품을 만들기까지 견뎌낸 시간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미술치료사는 그 과정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그림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벗어나, 마음이 표현되는 방식을 곁에서 이해하고 돕는 사람입니다.
미술치료는 마음을 표현하고 이해해 가는 시간입니다
크레이머와 나움버그의 견해를 함께 살펴보면, 미술치료의 중요한 본질이 더 분명해집니다.
미술치료는 그림 실력을 확인하는 시간을 넘어, 마음을 표현하고 이해해 가는 시간입니다. 이미지를 통해 마음을 만나고, 창작 과정을 통해 감정을 다루며, 치료적 관계 안에서 자신을 조금 더 안전하게 바라보는 과정입니다.
나움버그는 그림이 내면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고 보았습니다. 크레이머는 미술을 만드는 과정이 마음을 돌본다고 보았습니다.
두 관점은 서로 경쟁하는 이론이라기보다, 미술치료의 깊이를 함께 넓혀 주는 두 시선입니다. 말로 다 표현되기 전의 마음이 있을 때, 미술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그 마음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나고, 이해하고, 돌보는 힘을 회복해 갑니다.
미술치료와 ACT의 통합 접근은 ACT 접근 페이지에서 더 확인하실 수 있고, 현재 상황에 맞는 상담 가능 여부는 첫 상담 예약에서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답한 질문
- Q: 나움버그와 크레이머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A: 나움버그는 그림을 통해 무의식과 감정을 이해하고 언어화하는 과정을 강조했습니다. 크레이머는 미술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치료적 경험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 Q: 두 이론은 오늘날 미술치료에서도 사용되나요?
A: 네. 실제 미술치료 현장에서는 이미지의 의미를 함께 탐색하는 과정과 창작 과정 자체의 치료성을 모두 살핍니다. - Q: ACT ART CENTER에서는 어떤 관점을 따르나요?
A: 중심은 미술치료입니다. 나움버그와 크레이머의 미술치료 이론을 함께 존중하고, 필요한 경우 ACT 관점을 보조적으로 통합해 내담자의 표현과 회복을 돕습니다.
참고 문헌
- Kramer, E. (1958). Art Therapy in a Children’s Community: A Study of the Function of Art Therapy in the Treatment Program of Wiltwyck School for Boys. Charles C Thomas.
- Kramer, E. (1971). Art as Therapy with Children. Schocken Books.
- Naumburg, M. (1947). Studies of the “Free” Art Expression of Behavior Problem Children and Adolescents as a Means of Diagnosis and Therapy. Nervous and Mental Disease Monographs.
- Naumburg, M. (1966). Dynamically Oriented Art Therapy: Its Principles and Practice. Grune & Stratton.
- Rubin, J. A. (Ed.). (2016). Approaches to Art Therapy: Theory and Technique (3rd ed.). Routledge.
- Malchiodi, C. A. (Ed.). (2012). Handbook of Art Therapy (2nd ed.). Guilford Press.

ACT ART CENTER 대표 · MA (박사과정)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미술과 심리치료를 연결하는 전문가. 예술적 감수성과 임상적 통찰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심리적 성장을 돕는 미술치료를 지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