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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그림에 머무를 때, 감정을 다루는 힘이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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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그림에 머무를 때, 감정을 다루는 힘이 자랍니다 블로그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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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생각보다 먼저 몸에 도착합니다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순간에는 말보다 몸의 반응이 먼저 나타납니다.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호흡이 짧아지고, 어깨와 손에 힘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생각을 정리하려 해도 같은 장면이 반복해서 떠오릅니다.

이때 미술 표현은 감정 곁에 잠시 머물 수 있는 구체적인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손으로 매체를 만지고 색을 고르며 선을 움직이는 동안 빠르게 흘러가던 마음에 작은 틈이 생깁니다.

미술 경험과 관계없이 종이에 색 하나를 놓거나, 지금의 호흡을 선으로 그려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 감정이 화면 위에 놓일 때

감정이 마음 안에서만 맴돌 때에는 크기와 경계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화면 위에 색과 형태로 놓이면 조금 떨어져 바라볼 수 있습니다.

“불안이 짙은 회색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답답함은 종이 가장자리를 따라 반복되는 선과 닮았다.” “편안함은 가운데보다 화면 한쪽의 작은 초록색에 가깝다.”

이런 표현의 중심에는 지금 경험하는 마음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알아가는 과정이 있습니다. 표현한 뒤에는 감정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가까이 가고 싶은지 거리를 두고 싶은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

감정 조절은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감정과 필요한 거리를 만들며, 다음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미술 작업에서는 이 과정이 눈앞에서 일어납니다. 선을 더 진하게 그을지, 잠시 멈출지, 다른 색을 덧붙일지, 종이를 바꿀지 선택하게 됩니다. 작품을 만드는 동안 반복되는 작은 선택은 “지금의 경험을 내가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를 연습하는 시간이 됩니다.

색을 바꾸거나 형태를 덧붙였을 때 화면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그려진 부분을 지우지 않고 옆에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감정과 함께 있으면서 다른 가능성을 더해 보는 경험입니다.

마음이 복잡한 날 해볼 수 있는 작업

먼저 현재 감정을 한 가지 색으로 고릅니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워도 괜찮습니다. 손이 가는 색을 선택합니다.

  1. 종이 위에 지금의 감정이 머물 자리를 정합니다.
  2. 감정의 크기와 움직임을 선이나 형태로 표현합니다.
  3. 그리는 동안 달라지는 호흡과 몸의 힘을 살핍니다.
  4. 작품과 나 사이에 편안한 거리를 두고 바라봅니다.
  5. 화면 안에서 도움이 되는 색이나 공간을 하나 더해 봅니다.
  6. 작업 전후의 마음을 짧은 단어나 문장으로 적습니다.

강한 감정이 올라오면 작업을 멈추고 발바닥의 감각이나 주변 공간을 확인합니다. 물을 마시거나 창밖을 바라보며 현재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기억과 감정이 반복될 때에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며 안전하게 다루는 편이 좋습니다.

미술 매체가 주는 서로 다른 감각

미술 매체는 표현을 돕는 도우미 친구들입니다. 연필은 힘의 정도와 움직임을 세밀하게 조절하기 쉽습니다. 크레용이나 오일파스텔은 손의 압력과 색의 밀도를 직접 느끼게 합니다. 수채 물감은 번지고 섞이는 흐름을 경험하게 하고, 점토는 손으로 누르고 붙이며 형태를 바꾸는 감각을 줍니다.

그날의 상태에 따라 편안한 매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에너지가 너무 높을 때 넓은 종이와 강한 움직임이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고, 작은 화면과 통제하기 쉬운 매체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술치료 장면에서는 치료사가 참여자의 상태, 치료 목표, 감각적 민감성, 매체 사용의 안전을 함께 살펴 선택을 제안합니다. 같은 매체도 치료적 맥락과 한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사용됩니다.

작품을 통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

작업을 마친 뒤에는 작품을 보며 떠오르는 단어를 적어 봅니다. 처음에는 “답답함” 한 단어였던 감정이 “기다리다 지친 마음”, “잘해내고 싶어서 조급한 마음”, “혼자 있고 싶지만 이해받고 싶은 마음”처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감정의 이름이 세밀해지면 필요한 돌봄도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잠시 쉬어야 하는지, 누군가와 이야기해야 하는지, 경계를 분명하게 세워야 하는지, 충분히 슬퍼할 시간이 필요한지 살필 수 있습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감정이 작아지는 순간만큼, 그 감정을 이전보다 정확히 바라보게 되는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마음을 알아차린 뒤에야 자신에게 맞는 다음 행동을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앞에 머무는 시간이 남기는 것

한 번의 작업 뒤에도 복잡한 감정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주제로 여러 번 작업하면 색과 형태가 달라지는 과정이 보입니다. 그대로 남아 있는 부분도 발견합니다. 그 기록은 마음이 움직여 온 길을 보여줍니다.

감정이 크게 밀려오는 날에는 말부터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 날 종이 위에 색 하나를 놓고 그 옆에 잠시 머물러 보세요. 감정을 표현하고 바라보며 다음 움직임을 선택하는 작은 과정이 쌓이면, 마음을 다루는 자신만의 방법도 조금씩 선명해집니다.

감정을 안전하게 다루는 전문적인 미술치료 과정은 성인 1:1 개인 미술치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상담 가능 여부는 첫 상담 예약에서 문의해 주세요.


참고 자료

  • Malchiodi, C. A. (Ed.). (2012). Handbook of Art Therapy (2nd ed.). Guilford Press.
  • Kaimal, G., Ray, K., & Muniz, J. (2016). Reduction of cortisol levels and participants’ responses following art making. Art Therapy, 33(2), 74–80. https://doi.org/10.1080/07421656.2016.1166832
  • Stuckey, H. L., & Nobel, J. (2010). The connection between art, healing, and public health: A review of current literature.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100(2), 254–263. https://doi.org/10.2105/AJPH.2008.156497
고은별

고은별

ACT ART CENTER 대표 · MA (박사과정)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미술과 심리치료를 연결하는 전문가. 예술적 감수성과 임상적 통찰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심리적 성장을 돕는 미술치료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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