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으로 상담을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처음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불안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대부분 의아한 표정을 짓습니다. 불안이 괴로워서 왔는데, 없애지 않겠다니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세요. 불안을 없애려고 시도했던 모든 방법 — 생각하지 않으려 하기, 회피하기, 다른 것으로 주의 돌리기 — 이 방법들이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었나요? 대개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더 강해져서 돌아옵니다. ACT에서는 이것을 "경험 회피(experiential avoidance)"라고 부릅니다.
불안을 그림으로 외재화하기
상담에서 자주 활용하는 작업이 있습니다. "지금 느끼는 불안이 모양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색은요? 크기는요?"
어떤 분은 가슴 위에 올라앉은 검은 구름을 그렸습니다. 또 다른 분은 뱃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붉은 소용돌이를 그렸습니다. 중요한 건 이 그림이 '잘 그려졌느냐'가 아닙니다. 추상적이고 잡히지 않던 감정이 눈에 보이는 형태를 갖게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과정이 ACT의 "인지적 탈융합"과 만납니다. 불안이 종이 위에 나타나면, 우리는 그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내가 불안하다'에서 '내 앞에 불안이 있다'로 관계가 바뀝니다. 이 미묘한 전환이 불안의 지배력을 자연스럽게 약화시킵니다.
몸으로 느끼는 불안, 손으로 다루기
불안은 몸에 살고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조이고, 손이 떨립니다. 그래서 찰흙이나 점토 작업이 불안에 효과적입니다. 찰흙을 주무르고, 누르고, 형태를 만드는 반복적인 손동작이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시킵니다.
한 내담자의 경험이 기억납니다. 발표 불안이 심했던 30대 직장인이었습니다. 불안이 엄습할 때의 느낌을 찰흙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날카롭고 뾰족한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주에 걸쳐 그 형태를 조금씩 다듬어 나갔습니다. 뾰족했던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크기가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다룰 수 있는 크기"가 되었다는 것, 그것이 의미 있는 변화였습니다.
불안을 없애려 하지 마세요. 대신 불안에게 형태를 주세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것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고은별
ACT Art Center 대표 · MA (박사과정)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미술과 심리치료를 연결하는 전문가. 예술적 감수성과 임상적 통찰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심리적 성장을 돕는 미술치료를 지향합니다.